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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 내려온 고라니 산에 가던 중 계곡 저 너머 산중 식당 근처를 얼쩡 거리는 고라니를 만났다. 눈 속에 갖혀서 먹을거리를 찾으러 나왔다가 눈 속에 갖혀 빠져 나오려고 바둥 거리는 고라니 영상이 안타까워 눈에 어른 거리는데.. 저 놈은 그래도 주인이 먹을걸 줬는지, 사람이 왔다 갔다 하는데도 달아 나지 않고 사람곁을 얼쩡 거린다. 걸음 걸이랑 움직임이 어찌나 우아하고 이쁘던지, 한참을 사진찍고 놀았다. 뒤로 보이는 울타리는 개 울타리 이고, 분명 갇혀 있는 고라니는 아닌데 사람을 꺼리지 않고 얼쩡 거리니 쥔 양반이 먹을걸 준게 분명 한것 같다. 그래도 그래도 믿기 어려운 광경.. 그 쥔 양반이 부럽기도 하고.. 나도 고라니 한 마리쯤 먹여 살릴 수 있는데, 내 곁엔 오지 않는 고라니님... 마을 개 들이 올라와서 귀찮게 해.. 2011. 2. 18.
맨발로 맞는 봄 쪽문을 활짝 열어 환기를 시키고, 맨발에 슬리퍼를 끼고 앞마당을 이리 저리 걸어 본다. 하늘에는 새들이 지저귀고, 어제의 비로 비록 뜰 마루는 얼어 있어도 맨발로 맞는 봄 기운이 이렇게 따뜻할 수가 없어. 어제 멸치 배를 가르고 대가리와 똥을 골라낸 지꺼기를 새들 먹으라고 먹이로 내어 주고, 빗자루로 뜰 마루를 쓸어 보니 해빙되지 않은 이른 아침 기운에 쓸어 지지 않는 비를 던져 버리고, 라디오 채널을 맞추어 아침의 클래식 음악에 기분 젖어 보지만 웬일인지.. 한쪽 스피커는 소리를 낼 줄 모르는 상태가 되어 있고... 그래도 그래도 촉촉한 음악은 또 다시 내 귀를 적시는구나. 지난 몇년을 곡기를 끊고 죽겠다던 나, 이제는 배고픔도 알 만큼 상태가 좋아진 내 우울증. 뱃속이 허해지자 어제의 배곯아 죽은 젊.. 2011. 2. 9.
거친 음식 혹자 에게는 이게 음식이냐? 라고 할지 모르는 음식. 팥과 찹쌀과 단호박을 껍찔째 한개를 잘라 넣고 그냥 압력솥에 푹 쪄서 소금만 약간 넣었는데도 호박의 단맛, 찹쌀의 단맛, 팥의 단맛들이 더 할 수 없는 구수함까지 어우러져 나에게 일용할 음식을 제공해 준다. 밥도 죽도 아닌것을 젓가락으로 한입 떠서 입에 넣고 톡톡 터지는 팥의 구수한 맛에 빠져든다. 아버지께서 누누히 말씀 하셨지. 입에 부드러운것은 몸에 해로운거야. 뭐든 껍찔째 먹고 새우나 생선가시 마저도 다 씹어 먹어라시던 아버지의 가르침 이었지. 며칠전 위대한 밥상 인가 박사님들께서 말씀 하시던 것들 우리 아버지 께서 40년 전 부터 입에 달고 사시던 말씀들 이었지. 보리밥에 열무김치, 겨울엔 콩나물에 김치국밥, 하루 한끼는 반드시 분식을 주장 하.. 2011. 1. 20.
달놀이 새벽 2시 반에 책을 들고 돌아 다닌 사연. 달이 얼마나 밝은지 대낮같다 대낮같다 어느듯 보름인듯, 자다가 밖이 훤해 쪽문을 열고 나가니 칠흙같은 어둠 대신에 대낮같이 환한 달님이 높은 하늘에 휑하니 걸려 있고 그야말로 대낮같은 광명이 내려 있다. 이야. 책도 볼 수 있겠다. 정말 밝다. 혹시 백야 현상은 아닐까? 깜깜한 산 속에 빛이라곤 오로지 달남이 비추는 빛 밖에 없는데.. 달님이 작아지면 무서워 밖에 나갈 엄두도 못내는 산속에서 한밤중에 책을 들고 나가 읽을 수 있나 보고싶었다. 안경을 끼고 책을 들여다보니 그 모양은 보여도 내용은 읽을 수 없었고, 곧 이어 짙은 활자를 쓰는 잡지를 들고 나가 읽어 보기도하고 심지어 신문을 들고 나가 읽으니 중간 크기의 글은 훤히 잘 보여 신기한 달님의 빛 놀이에.. 2011. 1.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