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밤에만 해도 고개를 푹 수그리고 고꾸라져 있던 며친전에 심은 고추가 촉촉히 내리는 고마운 비님 덕분에 허리를 곧추세워 기운을 내는 아침이다.
모든 소리 나는 기계들을 꺼두고 소장한 이미 다 읽어 버렸다고 던진 책들을 끄집어 내어 다시 읽기를 한다.
주옥같은 활자들이 나를 반긴다. 1993년 발행이라니 벌써? 책을 끼고 있던게 엊그제 같구만...
'예술적인 것'으로의 자유로운 여행
요즘 사람들은 자신들의내면에 쌓인 역마에 대한 욕망을 여행이란 말로 대체한다.
인간이 역마를 꿈꾸는 것은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근원적인 향수를 인간 모두가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시끌벅적한 답사나 견학보다 마음의 여행, 정신의 여행을 원하는 친구들에게 이 책이 읽혔으면 싶다고 작가는 서문에 적고 있다.
바다에 어둠이 깔리고 있다.
아늑하고 포근한 질감이다.
긴 여행에서 돌아온 사람은 거짓말을 해도 좋다고 말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베르그송? 릴케?
한때 그 말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인간이 지닌 근원적인 꿈과 향수에 대한 설레임이 그 거짓말 속에 담겨 있을 수 있다고 믿은 때문이었다.그 믿음이 바다의 질감 앞에서 스르르 풀려 나감을 느낀다.
기실, 이 세상에 사는 사람치고 긴 여행에서 돌아오지 않은 사람이 누구 일것인가?
......
갑자기 집어등을 켠 작은 고깃배 한척이 물살을 저으며 내 앞으로 다가왔다.
나는 가슴이 설레임을 느꼈다.
얼마나 먼 바다에서 돌아오는 것일까?
얼마나 먼 시원, 얼마나 먼 우주에서 나는 비로소 먼 여행과 거짓말의 의미를 느꼈다.
예술가의 덕목은 오버하는 것인가? 이런 대목에서 무지무지 동질감을 느끼며 내게 오버 하지 말라는 한 친구의 말을 새기며 되도록 내 감정을 숨기고 자제 하려고 노력하는 나를 되돌아 보며 그러지 말아야 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이 작가가 오버하는 대목은 무지 많고 이건 그저 오버 하는것이 아니라 단지 감성이 풍부하다는 말로 나를 함께 묶어서 풍부한 감성에서 비롯된것 이라는 말로 합리화 하려한다. 그런 감성이 메말라 버린다면 어떻게 창작을 할 수 있겠는지 한번 물어 보고 싶단 말이다. 앞으로 내게 누구든 오버 하지 말라는 그런 기 꺾는말 하지 말것^^ 그리고 다시 작가의 감성어린 대목...
나는 무릎을 쳤다.
부여 박물관에서 바라본 무지개의 원형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신하늬의 얼굴에 돋은 바로 그 무지개였다.
어쩌면 그것은 백제의 정신이, 백제의 햔기가 이곳을 찾은 먼 훗날의 나그네를 위하여 꾸밈없이 마련한 어떤 역사의 문양 인지도 몰랐다.
무지개는 한쪽발이 어느 산등성이에 걸쳐 있어야 제격이었다.
그런데 백제의 무지개는 하늘 한 복판에 떴다.
맑은 날이었고 구름이 없었다.
그런 만큼 찬란했고 슬펐으며 아름다웠다.-40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나 우리의 작가 신동엽의 고향 백제의 얼을 찾아 다니며 쓴 글.
다음, 시인 장재인의 얼을 찾아 광주로 간 작가.
에디뜨 삐아프가 세상을 떠났을때, 그 소식을 들은 장 콕토는 슬픔을 참지 못하여 그녀의 뒤를 따라 갔다고 합니다.
장콕토의 죽음을 애도 하며 질베르 베코가 작곡한 노래-시인이 죽었을때
...시인이 죽었을때, 그 친구들은 모두 울었네.
전 세계가 울었네.
일동은 그의별을 넓은 보리밭에 묻었네.
그래서 이 넒은 보리밭 속에서 수레 국화가 발견 되는 것이라네...
사랑하는 두 남녀가 -운명적으로-처음 만나는 순간만큼 아름다운 시간이 또 있을까?
장재인의 시들 중에서 사랑 이라는 표제시가 유독 아름다운 것은 바로 그 이유 때문인지 모른다.
하루가 저무는 언덕
스러지는 붉은 노을을 보았니?
수고로운 땅을 굽어 보는
사랑의 피빗이지
밤에는 별이
희미하게만 비치는 까닭을 아니?
그것은
한낮의 피곤으로도 못다한 꿈
고뇌를 덮어 주고있단다
아니면 이 밤에도 공장을 지키는 누이의
피곤한 눈꺼풀
드러나지 않도록
가려주는 것이지-'사랑' 전문-
별을 알기전
가득함을 알았지만
별을 알고 나서
빈 마음을 알았습니다.
별을 알기전
신념의 풍요를 알았지만
별을 알고 나서
풍요는 갈증에 눈 뜨기 시작했습니다.
언제던가 별이 들어온날
가슴은 별로 가득하였지만
그때부터 한 구석 빈 마음임을
깨달았습니다.
별을 알기전
고요인줄 알았던 것이
별을 알고 나서 그것이
소용돌이임을 알았습니다. -'별' 전문-
별을 알기 전에는 고요인줄만 알았는데 그것이 소용돌이라는 인식의 발견은 직접 그 별과의 추억에 잠기지 않은 사람에게는 쉬 찾아올 수 없는 것이다.
그 외에도 김유택형을 찾아 섬진강으로 가는길..
그가 사랑한 사람을 찾아 떠난길에는 주옥같은 스토리가 있다.
작가의 열정이 가슴으로 전해지며
주옥같은 활자들이 비오는 아침..마음을 어루 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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