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야.
오늘 아침에도 조용히 비가 내리고 있어.
듬성듬성 어설픈 부추밭, 역시 나의 어설픈 호미질로 사이 사이에 씨앗을 넣어두었어.
촉촉히 씨앗을 적셔 발아 시켜줄 봄비에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도 해.
혹독한 지난 겨울의 한파가 있었기에 더욱 소중한 봄.
그리고 봄과 함께 내게 다가온 기장사랑.
이런 내게 어느날 갑자기 내 마음을 파고든 따뜻한 기장.
지나고 보면 기장과 나와의 인연은 어쩌면 필연이 아니었던가 싶기도 한데 말이야.
사월은 이러한 힘으로
겨울내내 움츠렸던 몸을
밖으로 밖으로 인생 밖으로
한없이 한없이 끌어내어
하늘에 가득히 풀어놓는다 는 조 병화님의 싯구절이 꼭 적절한 날들이야..
화창한 어느 봄날 오후, 60년대에나 볼 수 있을법한 멋진 레이스 천으로된 투피스를 곱게 입으신, 이쁜 구두까지 한껏 성장을 하고 걸음걸이 까지 무릎을 힘차게 들어올려 걸으시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아주머니를 보았어.
사진을 찍고 인터뷰를 청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나는 마을버스에 몸을 실었고, 아주머니는 저만큼 멀어져 갔지.
미니버스 조수석의 빈자리를 떡 하니 차지한 나의 눈에 다가온 풍경. 늘상 보아오던, 볼때마다 아름다운 바닷가 바다풍경에 어우러진 작은길 작은집, 신호등 건널목, 작은 마을이 어우러진 풍경이 아직도 기장은 정이 남아있는 곳이라는 말을 해주는것 같았어.
앞으로의 기장개발 계획을 보자면 이런풍경도 얼마 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워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사진은 비록 흔들리고 쓸모없는것 들이라 하더라도 마음만은 풍요로웠어.
무엇이 나를 그렇듯 감상에 매달리게 했을까?
레이스 투피스의 아주머니? 친절한 미니버스의 풍경이?
이 일련의 일들은 나를 기장의 일원으로 규정지을 대사건 이었지.
이제 개발의 의미도 중요 하겠지만, 부산 시내에서 얼마 떨어지지도 않은 곳에서 아직도 이런 풍경을 맛볼 수 있다는 사실은 그냥 예사로운 일은 아닌 것 같아.
그래서 나의 소중한 바람은 이 풍경이 오래 오래 남았으면 하는 것 이야.
그래도 사람들이 다 헤집어 놓아 사라져 버린다 해도 내 마음 속에는 오래오래 남아 있을것 같아..
그리고 침묵의 봄은 다음과 같이 시작하게 되지.
기장의 조그마한 마을이 있었는데 그곳에서는 모든 생물체가 주위환경과 조화롭게 살고 있었다. 라는 이야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