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보름을 끙끙 앓았던것 같다.
그림 그리는 선배들의 작업 하려면 제일 먼저 체력이 우선이라던 말들을 이제사 조금씩 이해 하게 되고,
조금 몸이 좋아지자 색을 쓰고 싶은 강렬한 욕구에 의해 가장 먼저 내가 한 일은 그림 그리는일..
몸이 안좋으면 이제 그림을 그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뭔가 먹어야 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먹을것은 밭에서 뽑은 양파 밖에 없는데, 이걸로 뭘 해먹을까 생각했다.
폴 오스트가 빨간 공책에 적었던 양파 파이를 할 수도 없고,
일단 양파를 듬뿍 썰어서 물을 붓고 끓였다.
그리고 냉동실에서 꽁꽁 얼어있는 돼지살에 마늘과 설탕 간장으로 양념을 했다.
양파에 간장을 넣고 볶다가 고기 투하 나중에 애그 스크램블을 넣고 살살 볶아주면 나름 양파 특유의 달작지근한 중화풍 양파 요리가 탄생..
폴 오스트가 70년대의 가난했던 시절, 프랑스 남부 농가 관리인으로 있을때, 집안에 먹을것이 전부 떨어져 양파 밖에 없던때, 연인인 L과 농장주가 개 먹이까지 대주고 맡긴 '리트리버'의 개 통조림을 먹으면 어떨까 서로 이야기할 정도로 빈곤이 심각했던 때, 두 사람은 양파 파이를 만들어, 이세상에서 최고의 맛이라고 헛소리를 하면서 한입씩 먹다가 덜익은 파이를 더 이상 먹을 수 없다고 판단, 다시 오븐에 넣게 되고 이제 막 활성화된 침샘에 식욕의 욕구에 그 냄새를 견딜 수 없어 파이를 오븐에 넣고 밖으로 나가 집 주위를 두바퀴 돌고 들어온 사이에 파이는 새까맣게 타버렸고, 우리의 식사는 죽어 버렸다 라고 하는 절망, 그 때 그들은 무서운 절망 속에 있었고, 그 양파 파이의 맛은 평생 잊을 수 없다 라고 하던 그 양파, 나야 말로 그런 고통 속의 나락에 떨어져 본적이 없으니 폴 오스트 같은 위대한 작가가 못 되는건가? 히히 쓰고보니 또 다시 유치한 포르노의 그 이상도 아닌 듯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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