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다여!
너는 지금 내 앞에서 잔다.
꽃 위에 앉은 나비처럼 몸이 흔들리는것도 모르고 그린듯이 감은 눈으로 고요히 내 앞에 잠들어 있다.
...........
너는 나에게 얼마나 찬 여자 였느냐?
내 몸에 이만한 체온이 어느 구석에 있어 보였느냐?
새 매와 같이 깔끔하여 곁을 줄줄 모르는 너였다.
총으로 쏘려해도 총부리를 겨누어볼 틈이 없이 날라 버리는 실로 새매와 같은 너였다.
.........
매다여~
너는 이를테면 내 손아귀에든 셈이다.
나는 너를 완전히 정복한 셈이다.
........
처음 매다를 만나기는 벌써 6~7년 전 원산에서입니다. 그도 p학교 교원으로있었고 나도 같은학교 교원으로 1년동안을 그 직원도 많지 않은 조그만 사무실에서 같이 지냈습니다.
우리는 출렁이는 가슴을 안고 출렁 거리는 바다에 가지런히 발을 담그고 앉아 긴긴 여름날의 ㅂ만나절을 해가 지는줄도 모르고 보냈습니다.
그때 우리는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하는말 한마디 주고 받지 않았지만 무엇으로든지 마치 말을 모르는 짐승들이 서로 사랑하고 믿듯 서로 따지지 않고도 서로 사랑하는것을 알고 믿었습니다.
.........
그도 나처럼 그림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쓸 줄도 모르는 와트망을 펴놓고 능금을 그리고 달리아를 그리곤 하다가 가끔 매다의 얼굴도 그려 보았습니다.
이러다가 하루는 하루는 매다가 자진하여 내빈약한 화가 앞에서 그의 저고리 옷고름을 끌렀습니다.
어찌 그의 상반신이 아름다웠던지요.
카이사르 조각이 아니요. 오늘 조선의 산 사람 속에서 그렇게 아름다운 어깨, 가슴, 팔을 구경 할 수 있는것은 정말 경이 였습니다. 나는 그의 상반신 뿐만 아니라 하반신까지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전신이 그렇게 아름다웠습니다.
그는 나에게 창작적 정열을 돋우어 주기 위해서는 사양 하는것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무서웠습니다.
그의 비너스 같은 몸이 옷을 털어 던지고 나설때마다 나는 손이 어느듯 슬그머니 뭇을 놓아 버리곤 했습니다.
그들은 헤어졌고 길에서 우연히 그녀를 마주친 남자는 그 여인이 사는집 주위를 그리기 시작하고 남편의 눈에띄어 그 집을 그린 그림을 남편에게 팔고 나중에는 그 거실까지 들어가 남편의 초상 그녀의 초상까지그리게 되어 어느날 여인에게 잠약을 먹여 들쳐업고 기차 여행을 하는 중입니다.
그래서 슬픈 승리자 입니다.
-그런데 한가지 남은 말은 매다가 깨어 나겠느냐 못깨어 나겠느냐 그것입니다. ...
만일 그가 죽고 만다면 그것은 참말 슬픈 일이외다.
나도 처음부터 그를 죽이는데 욕망이 있는것은 아닙니다.
다만 무리스럽게 라도 아무도 모르게 매다와 함께 멀리 가는 밤차를 타 보는것, 즉 달아나는 현식이라도 가져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가 깨어나서 이 사람의 얼굴을 보고 놀랄것이 무서워서 깨어나기전에 기차를 떠나려 하는 그의 마음이 어떨까 생각하면 참 마음이 아픈 대목입니다.
독서대를 사고 이렇게 좋은일이 있나 하며 밤새 책 속에 얼굴을 파묻었습니다.
미련하고 바보같이 불편하게 책을 보다가 완전 부자가된 기분.....
옥션 103 독서대 최고...http://itempage.auction.co.kr/detailview.aspx?ItemNo=A536749949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가와 작품 (0) | 2012.01.04 |
---|---|
초월과 창조를 향하여-김종영 (0) | 2011.11.03 |
마르지 않는 창의성 (0) | 2011.07.30 |
로베르네 집에 가고싶다. (0) | 2011.06.20 |
차를 마시고 마음은 내리고-한국학 연구소 박현 소장 (0) | 2011.06.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