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한복 풀먹이기
외국인들이 많이 모이는 자리에 한복을 입고 와달라는 청을 받고 고민에 빠졌었다.
이 여름에 한복을 어떻게?
그리고는 모시옷을 장만해 보겠다는 의지로 인터넷 쇼핑몰을 샅샅히 뒤졌더니,
아무래도 중국산 모시를 입기는 싫다...
결국 엄마 한삼 모시옷을 받아 왔더니 한땀한땀 손수 짠 모시가 정말 소중하게 느껴진다.
깨끗이 빨아서 풀먹이려고 비야 오지 말아라 모시한복 풀먹이게..
우리밀 풀끓이는 냄새가 구수하니 어릴적 엄마 풀먹이려고 풀끓이던 생각나서 잠시 정신이 혼미해 지는듯 하다.
향긋한 풀에 담가 조물조물 주물러서 햇볓에 널어 말려 다림질해서 색색 노리개로 한껏 뽐내어 입고 외국인들에게 한복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줄테다.^^
일찍부터 앞마당 수북해 지는 풀들을 제거하고 매실나무 병충해 약을 뿌리고 부추를 잘라서 부추김치를 버무리고 꼬박 다섯시간 일을 해도 피곤함도 모르다니 굳건한 체력을 물려주신 부모님께 새삼 감사하는 마음도 생긴다..
몸을 움직이다 보면 별별 구상이 다 생기게 되는데
어떤 작가가 계약결혼을 했다던가 오래된 이야기라 기억하는 사람은 흔치 않겠지만 아랫채 윗채 각각 따로 살면서 중간쯤에 만나는 공간을 정해 주기적으로 만나는 부부 이야기는 언제나 나의 로망이었다.
그렇다.
아파트가 망가뜨린 우리네 삶.
넓은 공간에서 보살필 식물들과 이런저런 일들과 취미가 있다라고 한다면 부부가 굳이 얼굴 맞대고 싸울새가 있을까?
좁은 공간에서 이리 저리 부딪히다보면 매사에 성가시고 짜증날테지.
그리고 좁은 공간이 답답 하니까 주부는 밖으로 나돌고 나쁜일들만 생기는것 아닐까?
아파트 이제는 생각만해도 숨이 턱턱 막힌다.
사랑채에 안채에 계시던 할아버지 할머니는 싸울래야 싸울꺼리가 없을것 같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가 마주 앉아서 싸우는걸 본적이 없는것 같다.
엄마 혼자 일 많다며 아파트에 가시길 권해왔지만 이제는 나도 생각이 완전히 바뀐다.
그나마 엄마가 건강하신 이유는 마당있는 집에 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어쨌든 엄마를 아파트에 가두면 하루아침에 시들어 버릴것 같아 이제는 '걍 사세요' 하게된다.
모시 풀먹이는 동안 함안이라 나의 고향 그 앞마당까지 여행을 하고 돌아와 정신을 차려보니...쓰잘데 없는 말들 쏟아내는 중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