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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로 맞는 봄
려워니
2011. 2. 9. 09:16
쪽문을 활짝 열어 환기를 시키고,
맨발에 슬리퍼를 끼고 앞마당을 이리 저리 걸어 본다.
하늘에는 새들이 지저귀고,
어제의 비로 비록 뜰 마루는 얼어 있어도 맨발로 맞는 봄 기운이 이렇게 따뜻할 수가 없어.
어제 멸치 배를 가르고 대가리와 똥을 골라낸 지꺼기를 새들 먹으라고 먹이로 내어 주고,
빗자루로 뜰 마루를 쓸어 보니 해빙되지 않은 이른 아침 기운에 쓸어 지지 않는 비를 던져 버리고,
라디오 채널을 맞추어 아침의 클래식 음악에 기분 젖어 보지만 웬일인지..
한쪽 스피커는 소리를 낼 줄 모르는 상태가 되어 있고...
그래도 그래도 촉촉한 음악은 또 다시 내 귀를 적시는구나.
지난 몇년을 곡기를 끊고 죽겠다던 나, 이제는 배고픔도 알 만큼 상태가 좋아진 내 우울증.
뱃속이 허해지자 어제의 배곯아 죽은 젊은 여성 시나리오 작가 최 고은 생각에 마음은 다시 우울해.
이 현실이 꼭 남의 일로 여겨지지 않아 꿈을 꾸고 있는건 아닌가 싶어.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라고 하는 이 시대 에 그 처럼 배곯아 죽는 예술가가 있다니 말야.
TV화면에 잡힌 이쁘장한 얼굴을 보며 뜯어 먹었던 떡 한쪼가리가 영 내려 가지 않고 목 언저리에 걸려서 까스 활명수에 정노환에 별별 약을 먹고 달래 보아도 내려갈 생각을 않고 밤새 나를 괴롭히더군.
열심히 작업하는 예술가를 도외시 하고, 적절한 댓가를 지불하지 않고 방치한 책임은 그 전적으로 우리 모두에게 있다고 생각해.
그 뿐이겠어? 우리가 모르는 얼마나 많은 순수 예술가 들이 밥을 구하기 위해 전전 긍긍 하고 있을 텐데..
심지어 가던길을 멈추고 돈벌이에 정신 팔고 있을거야. 응?
그리하여 훌륭한 작품은 세상에 나올 꿈도 꾸지 못한다는게 바로 내 앞에 닥친 현실이란다...
국민들이야 굶어 뒈지든 말든 어린애들 밥값까지 빼돌려 그 어마 어마한 예산을 국토를 뒤집어 엎는데만 정신팔린 위정자들이 원망스럽지....
지금도 어디선가 고픈 배를 움켜쥐고 있을 그 들을 생각하면 참 기분이 그렇지...
그렇든 말든 내겐 아무런 힘도 없고 당장 나 자신 굶어 죽지 않을 방도를 해야 한다는 사실앞에 목도한,
이런 글로 신세 한탄만 하고 있는 무능한 자신..
온 국토가 구제역으로 초토화 된데다 굶어 죽는 예술가를 보내는 드러운 세상에도,
엄청난 한파를 물리치고 잊지않고 어김없이 찾아오는 반갑고 고마운 봄님을 맞는 정신은..
혼미함. 혼미하다고 밖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