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당신에게, 러브레터
려워니
2011. 1. 5. 22:26
아버지는 시골 농부였다.
아침일찍 일어난 그는, 때때로 잠에서 덜깬 나를 자전거 뒷자리에 태우고 밭으로 나가곤 했다.
늦여름 혹은 이른 가을 아침에 그의 등에 기대어 집에서 밭으로 가던 길은, 따뜻한 햇살과 그의 몸에서 배어 나오던 온기, 살짝 차가운 공기 가끔 발에 닿는 풀의 물기등으로 서늘 하면서도 따뜻했고, 따뜻하면서도 약간은 차가웠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우리를 따르던 개 치타가 짖는 소리도 들려왔다.
그때 내 등을 비추던 아침 태양빛의 나른함과 나를 찌르듯 뾰족한 빛의 느낌이 페르 메이르의 저 그림에서 다시 한번 느껴진다.
관광 홍보학과를 졸업하고 파리 제8 대학에서는 사진학과, 조형예술 학부 현대무용 석사, 비디오 아트로 박사 과정 준비를 마치고 지금은 서울에서 박사 논문을 쓰고있다는 작가 이 동섭의 언급해둔 자신의 어린시절의 스케치 이다.
가슴 뛰게 하는 좋은 작품을 만나면 작품앞에 수없이 달려가 보고 또 보았다는 작가의 열정이 어느날 그냥 생긴것일까?
작가가 아름다움을 찾고 추구하며 살아가게 만드는데는 이런 정서가 아마도 기름진 자양분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바다의 배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파도를 만나야만 하듯이 살아 있다면 끊임없이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정지해 있는 삶은 새로운 그 무엇과도 만날 수 없는 무기력한 죽음과 같다.
그래서 깨어 있는 삶을 지향하는 예술가 들은 평생에 걸쳐 사춘기를 겪는것이다.
우리는 연인과 구축했던 심정의 에로 티시즘을 잃고 또 다시 불연속적인존재로 되돌아간다.
그래서 일부 예민한 연인들은 실연 하느니 차라리 죽은 을 선택 하기도 한다.
이렇듯 불연속적인 존재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맛본 연속성은 그 어떤것과도 바꿀 수 없는 극도의 쾌감을 주고, 그것이 사라지면 그 대가로 우리는 극도의 불안, 초조, 두려움등에 시달린다.
내가 누구 혹은 무엇과 맺는 특정한 관계 속에서 나는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의 유일 무이한 존재가 될수 있다.
세상에는 무수한 장미가 있지만 어린 왕자에게 길들여진 장미는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듯이, 내가 맺는 관계속에서 나는 그 어떤 사람과도 구별 될 수 있는 특별한 존재로 거듭난다.
그 중에서도 언제 어디에 있든 누구 에게나 단 하나의 유일한 존재 이고자 하는 욕망의 최대치인 사랑에 이 문제를 연결 시켜 생각해 본다.
살면서 열심히 사랑해본 경험이 없는 사람은 단 한번도 자신의 정체성을 가져본 적이 없는 사람이기도 하다.
화가 조르쥬 브라크는 예술은 사람을 불안 하게 만들고 과학은 그것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존재 한다고 말했다.
사랑이 아무리 부조리 하다고 해도 예술 작품이 일째운 삶의 진짜 모습을 보고 놀란 우리를 진정 시키는 것은 결국 사랑이 아닐까?
우리는 태어 났기 때문에 살아갈 뿐이다.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은 인생 그자체에는 어떤 의미도 없다.
거기에 의미를 부여 하는것은 인간들의 의지와 욕망이다.
그리고 인생의고통이란 살아 있는 그 자체다. 라고한 고흐 처럼 사는게 고통 자체 인지는 사람마다 판단이 다르겠지만 분명 우리의 인생은 부조리 하다.
인생에서 가장 부조리한 것은 삶 그자체 이고 그중에서 특히 부조리한것이 사랑이다.
그리하여 사회가 주지 못하는 정체성을 사랑이라는 관계를 통해서 얻을 수 있고,
사랑으로 우리는 안도를 얻을 수 있다.